꿈꾸는 새
글/임희자
날개 끝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모은 채
비상을 꿈꾸는 새가 있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창살에 몸이 상한다
힘차게 뻗어야할 날개가 창살의 틈보다 더 커
새장 밖을 날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남의 몫을 끌어안고 살았나보다
그는 이름 석자와 목쉰 외침뿐이다
피가 발끝으로 하강한다
척수의 두개골을 이은 좌골신경이
지상의 끝을 걸어 내려간다
미친 듯 날던 날개는 상처뿐이다
꽃잎처럼 저가는 저녁불씨
새벽불로 다시 지펴진다해도 저만치
꺾인 전신주 외등의 목은 누가 일으켜 줄 것인가
헝클어진 듯 거미줄 같은 세상
이제 그만 내려가서
실핏줄까지 밀물지며 들어찰 속을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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