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望海寺/임희자 망해사望海寺 임희자 시인 처마 끝 종소리가 갯벌의 숨소리를 깨우고 있다. 몸 비비는 대숲소리 낮은 몸으로 햇무리를 밟고, 툭! 걸음이 빨라진 앞선 열매들,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듯 각각 문닫는 소리 왁자지껄하다. 쪽문을 열고 빠져나간 샛바람, 모래 위에 수로를 만들어 놓고 비틀비.. 名詩 산책 2017.05.01
빛은 문이 있다-임희자 빛은 문이 있다 시인/임희자 열고 싶은 문이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문이기도 하다.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빛의 문이다 그 곳은 빛이 늘 새벽처럼 꿈틀 거린다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며 숨을 고른다 잠금과 열림은 그 무게의 전.. 名詩 산책 2017.03.18
민용태-향기 향기 / 민용태 가슴에 꽃을 품은 사람은 그 꽃으로 인해 고독하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빨갛게 샘솟은 꽃은 짙은 향기로 감싸고 빛깔로 흩날리지만 여지없이 서걱서걱 가슴을 조각낸다. 뚝 뚝 떨어져 버리는 향기는 흔적 없이 시들지만 마지막 향기는 또다른 날들을 위한 잠의 속임수.. 名詩 산책 2016.08.0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 名詩 산책 2016.06.05
황진이도 아닌 것이-박가월 황진이도 아닌 것이 박가월 네 년이 황진이도 아닌 것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이리도 몰랐던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여인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곡두 네 년이 무엇이관데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냐 黃眞伊가 있은들 무슨 소용 있으랴 보고 싶은 미운년. 名詩 산책 2016.06.05
사랑의 무게 사랑의 무게 박가월 사랑도 량이 있다 저울에 사랑을 달 수 없고 잴 수 없는 것이 사랑이지만 사랑의 무게는 믿음이다 믿음만큼 량이 된다 사랑의 量은 드러나지 않지만 가늠할 수 있고 눈빛을 보면 들어 있다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그립고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아름답다 사랑은 사랑에 .. 名詩 산책 2016.06.05
창호지 창호지 민용태 우리의 內部와 外部를 가르는 것은 이 얇다란 종이 하나. 북풍이 칼날을 휘둘러도 우리는 이 창호지 하나를 방패로 겨울을 난다. 구름의 포를 뜬 창호지는 그러나 작은 바람곁에도 곧잘 약하게 운다. 실은 창지는 눈물에 약하다. 작은 눈물바람에도 가슴이 허문다. 푸른 하.. 名詩 산책 2016.06.05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 / 민용태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 민용태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히 함께 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그와 내가 되어 햇살 비추는 따스한 날이든 어두운 먹구름 밀려드는 날이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든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가까운 날들과 먼 미래까지도 우여곡절 많은 세상 속에서 둘.. 名詩 산책 2016.06.05
소금 꽃피다-조서희 소금 꽃피다 조서희 폭염 내리는 바닷물보다 진한 삶이라는 땀방울 뜨거워진 태양으로 졸이고 순수한 남서풍으로 말린 바닷물 462헥타르 염도 2퍼센트 눈물, 땀방울 야트막하게 깔려 있는 태양과 씨름해 온 바닥을 싹싹 밀면 하얀 결정이 밀려온다 내일로 미루면 사라져버릴 소금 꽃 피부.. 名詩 산책 2016.06.05
달이 뜬다-임희자 시인 달이 뜬다 글/임희자 밤을 지새우고 이른 아침 수도꼭지를 튼다 쏟아져 내리는 냉수 한잔으로 속의 아침을 깨운다 찬 기운이 목줄을 타고 내 가슴을 훑어 내린다 새로 태어나는 상쾌한 하루다 시선이 닿는 자리마다 약속의 씨앗이 발아를 하듯 반짝인다 끝없이 보물찾기하며 사는 세상사.. 名詩 산책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