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임희자 무섬 글/임희자 내가 섬이라는 것을 무섬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섬에 살면서 새들은 늘 몸을 바꾸며 빗장을 열고 닫는다 안에서 바라보는 밖의 섬은 어디이고 밖에서 보는 안의 섬은 어디인가 이곳에 이미 도착하기 전 강을 딛고 달리던 낮달은 물안경 끼고 모래 살 속 떨림을 훔쳐보고 있.. 名詩 산책 2016.05.23
그해 겨울 그해 겨울 글/임희자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다 그날 따라 아버지 기침이 석가래를 흔들었고 후렴처럼 앓던 헛소리마저 심상치 않았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아버지 앞에 앉았다 쥐 죽은 듯한 아침이 숨을 멈췄다 다 같이 죽자 아버지의 음성이 떨리더니 준비된 약병이 흔들렸다 남동생.. 名詩 산책 2016.05.23
꿈꾸는 새-임희자 시인 꿈꾸는 새 글/임희자 날개 끝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모은 채 비상을 꿈꾸는 새가 있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창살에 몸이 상한다 힘차게 뻗어야할 날개가 창살의 틈보다 더 커 새장 밖을 날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남의 몫을 끌어안고 살았나보다 그는 이름 석자와 목쉰 외침뿐.. 名詩 산책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