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望海寺
임희자 시인
처마 끝 종소리가 갯벌의 숨소리를 깨우고 있다. 몸 비비는 대숲소리 낮은 몸으로 햇무리를 밟고, 툭! 걸음이 빨라진 앞선 열매들,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듯 각각 문닫는 소리 왁자지껄하다. 쪽문을 열고 빠져나간 샛바람, 모래 위에 수로를 만들어 놓고 비틀비틀 한나절 낮술에 취하고 있다. 경내를 돌아내는 예불소리가 경계의 안팎을 넘는 동안 휘어진 가지만큼 옹이진 나무들, 가부좌를 틀고 제 빛을 다하며 지도를 그리고 있다. 살아서 걸어온 길 스스로 비워야만 그릇인 나무들의 몸짓이다 경문經文을 읽듯 잔불소리로 산문山門을 열어제친 누렁이 한 마리, 머물다 돌아가는 발걸음을 향하여 퉁퉁 불은 산의 젖내를 화두話頭처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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