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
글/임희자
내가 섬이라는 것을 무섬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섬에 살면서 새들은 늘 몸을 바꾸며
빗장을 열고 닫는다
안에서 바라보는 밖의 섬은 어디이고
밖에서 보는 안의 섬은 어디인가
이곳에 이미 도착하기 전
강을 딛고 달리던 낮달은 물안경 끼고
모래 살 속 떨림을 훔쳐보고 있었다
한 시대를 짊어졌던 환도뼈가 균형을 잃고
어깨깃 짓눌린 채
톱니에 물려 처방도 없이
서까래 사이사이로 흙가루 쏟아내고 있었다
낡아져가는 옷깃 여미는 손마디 안에
미처 무릎 펴지 못한 햇살이
오도가도 못한 섬으로 갇혀 있다
제비 쫓는 깡통에 외줄 타고 들어가
한나절 낮잠을 퍼질러 자고
먹다 남은 개밥그릇을 차고 달아난다
큰물이 흐르면 그 물 지고 돌아
떠난간 이들이 가져가 버린 자갈을
강은 스스로 키우며 산보다 낮은
그러나 단단한 행간을 지우며 돌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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