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지식인과 타락 그리고 정유라
에너지경제ekn@ekn.kr 2017.01.10 19:33:01
▲이운묵 시인·문화평론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사태가 처음 이화여대에서 촉발되었을 때만 해도 부정입학 및 학내 학사비리 정도가 좀 있던 것으로 국민은 생각했다. 급기야 총장이 물러나고 끝날 줄 알았던 일이다. 그러나 그 후 새로운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가 이토록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최순실에 딸 정유라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고영택, 차은택,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구체적 국정농단의 실체가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세상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심의 촛불은 점점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거짓 내용이 촛불에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에게 적잖은 거짓말을 했다. 세간에 일던 수많은 의혹을 모두 실체가 없는 헛소문과 ‘찌라시’라고 강변했던 몇 달 전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토록 국민을 철저히 배신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나라에 국민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창피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된 원인과 배경은 뭘까? 청와대는 엄격하게 정해진 국법과 법이 정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고 운영돼야 하는 조직체이다. 그렇다면 이런 제도적 시스템과 장치가 무용지물이 된 주된 원인은 뭘까? 그것은 그 운용의 주체인 조직의 구성원과 그를 통괄하는 최고 권력자의 무원칙과 무개념이 사태의 발단에 원인과 시작이다.
우리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식인들의 욕망과 탐욕의 부패가 빚은 고질병’ 때문이다. 그 병이 지금 지식인의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최고 권력을 보좌한 무리와 그들을 비호한 정치세력과 정치권력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재계의 한심한 부도덕성, 무책임성이 빚은 결과이다. 대가성이 없다고만 항변할 것이 아니라 이제 국민 앞에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최순실에 딸 정유라를 부정입학시키기 위해 지식인인 많은 교수가 개입했고, 우리 사회의 지식인인 공조직 구성원들도 외국까지 가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고의 영재급 국가 재원들이 주도적으로 동조해 벌인 사건이다. 국정농단이 시작될 때 그런 지식인이 돈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힘을 조금이라도 발휘하고, 부화뇌동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다. 지식인으로서 가졌어야 할 최소한의 자존감이나 혹은 윤리의식이 지식인의 양심이나 의식에 스쳐 지나가기만 했어도 한국이 지금 이 지경, 이 꼴은 피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볼 때 분명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 몹쓸 중병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그런 몹쓸 병에 걸리려고 그토록 힘들게 공부해서 지식인이 되었나? 이들 지식인 상층부를 이루는 기득권이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썩은 정치보다 더 큰 책임이 있다. 지식인이 지식인답게 똑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와 국가가 똑바로 설 수 없다.
지식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지녀야 할 윤리의식이다. 우리가 배우는 모든 지식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발생하는 ‘병’을 치료하는 바탕의 체계화된 지적 장치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하나의 ‘병’이다. 우린 이런 병을 일반적으로 ‘문제’라고 진단한다. 그런 문제들을 ‘치료’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윤리의식이고 윤리적 행위이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더 비참하게 망가질 나라를 우리 희망의 촛불이 지켜내고 있으니. 이제 지식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픈 문제들을 찾아 치료하는 산파가 돼야 한다. 지식은 문명의 시대가 앓는 병을 찾아 치유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지식의 자존이 있고 우리 미래가 있음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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