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
그림자 속에서 찾는 중년
서평-<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
그림자 속에서 찾는 중년
2014 년 07 월 17 일 목11:49:46 이상영 기자
▲ 경기대교수 윤향기
“중용이여, 매 순간 세상의 수많은 사물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데 대해 뉘우치노라. 지나간 옛 사랑이여, 새로운 사랑을 첫사랑으로 착각한 점 뉘우치노라.“
더위가 33도까지 기승을 부리는 오후. TV에서는 윈드서핑이 한창이다. 눈부신 바다 한가운데에서 푸른 파도를 타고 놀다 균형이 깨지면서 파도에 휩싸여버리는 청춘을 본다. 과연 ‘균형’이란 무엇일까? 비겁과 만용, 풍요와 인색, 그리고 겸허와 오만의 사이, 부지런함과 나태, 행복과 불행사이에 있는 미덕이 중용일까?
오쇼 라즈니쉬는 <피타고라스>에서 “중용이란 행복과 불행, 슬픔과 기쁨의 정중앙에 멈추어 선다는 뜻. 이렇게 정중앙에 멈추면 슬픔도 없고 기쁨도 없다. 행복도 없고 불행도 없으며, 고통도 없고 쾌락도 없다. 이 정중앙에서 초월이 일어난다. 이때 그대는 다만 지켜보는 자, 주시자이다. 이 주시가 우리들의 목표, 즉 행복추구의 갈망이다. 나는 나의 산야신들 모두가 주시자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것을 주시하라. 아무 것에도 동일시되지 말라. 아름답고 즐거운 것에도 동일시되지 말라. 멀리 떨어져서 거리를 유지하라. 거기에 휘말려들지 말라. 모든 것이 오고 가게 놔두어라. 한번 온 모든 것은 가기 마련이며, 태어난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대는 항상 주시자로 남는다. 이 영원한 주시자를 발견하면 그대는 신을 발견한 것이다. 신은 객관적 대상이 아니다. 그대의 주체성 자체가 신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중년이 되면 시소의 양끝을 오가는 삶에 지치게 된다. 양쪽의 두 대극을 존중하면서 황홀과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 중간지점은 영감의 원천이기도하다. 그러다 회색빛이라고도 말하는 중간지점이 최선이라는 깨달음도 얻는다. 참 진리란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이 하나가 되는 길이다. 누구나 이렇게 중년을 지나면서 문화화 과정은 거의 완료된다. 칼융이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주장한 것처럼.
올해는 인문학 열풍이다. 목적은 치유 또는 처세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는 기본에 더 다가가 있다. 오늘도 작가가 밤새워 쓴 글로 출판사는 책을 펴낸다.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읽을수록 정신이 밝아지는 책,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 명상하게 하는 책, 기분이 좋아지는 책을 읽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세계오지를 여행하다 허름한 음식점에서 고향의 냄새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같은 것 말이다. 그 곰삭은 평화로움의 맛이라니!
그런 책을 만났다. 이야기하는 사람 호모 나렌스인 이운묵 시인의 책 <희망을 잉태한 동사와 놀아보자>를 청경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몸과 마음에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들이 밝아지면서 ‘사람이 기본’이라고, 사람의 무늬(人文)야말로 살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묘사한다. 나이 탓일까? 어쩌면 모순되고 양가적 감정인 콤플렉스를 애도하며 내려놓을 수 있는 이런 책들이 좋다. 정신적 추체험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도록, 개인과 나라의 안정이 바로 중용이요, 절제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작은 별 아래서>를 패러디로 인용하면서 연민수행법인 한여름 밤 대야에 발을 담근 일독을 권한다.
“행운이여, 내가 그대를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도 너무 노여워 말라. 중용이여, 매 순간 세상의 수많은 사물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데 대해 뉘우치노라. 지나간 옛 사랑이여, 새로운 사랑을 첫사랑으로 착각한 점 뉘우치노라. 먼 나라의 전쟁이여, 태연하게 집으로 꽃을 사들고 가는 나를 부디 용서하라. 벌어진 상처여, 손가락으로 쑤셔서 고통을 확인하는 나를 제발 용서하라.“
윤향기 경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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