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상화(琴瑟相和)
거문고와 비파소리가 참 조화롭다.
‘금슬상화(琴瑟相和)’는 거문고와 비파의 화음이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익히 우리 주위에서 금슬 좋은 부부를 그렇게 일컫는다. 부부(夫婦)란?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가난할 때나, 부자일 때나, 항상 변함없이 아껴주고 사랑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부의 관계이고 의무이다. 이처럼 결혼한 부부는 누구든 이와 같은 의미의 혼인서약과 굳은 맹세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삶의 난관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에는 산도 넘어야 하고, 강도 건너야 한다. 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그러다 다시 오르막이나 평지를 가기도 한다. 또한 즐거움이나 기쁨도 있고, 괴로움이나 슬픔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듯이 행복만 오는 것도 아니고 불행도 오고, 행복도 온다. 단 크고 작음의 차이와 길거나 짧음의 차이만 있다. 그리고 각각의 현상에 대한 색깔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안타깝게도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은 것 같다. 잠시 행복하다 싶으면 어느새 불행의 노크 소리가 여기저기서 우리의 삶에 문을 마구 두드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굳은 맹세를 뒤로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 한다. 특히 20세기 이후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세계화와 글로벌 환경 그리고 IMF와 같은 세계경제의 장기적불황과 침체의 늪 속에 빠져들면서 현대인들의 삶은 더욱 불확실하고, 불안전한 고단한 환경에 놓였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적주의가 팽배하고 가치관의 혼돈 또한 매우 심각하다.
물론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그 맹세를 지켜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우리의 굳은 의지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많은 시련과 난관으로 시험에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다 자기변명이요, 자기합리화만은 아닌 듯싶다. 인간의 삶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최선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하루가 모르게 급변하고 다변화하는 문명사회에서 어느 한순간이라도 어벌쩡 대다가는 그 질주의 대열에서 낙오되기가 십상이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감성과 정서를 퇴화시키고 열등과 불안한 공포의 늪에서 몸서리치게 하는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소중한 혼인서약인들 웬만한 투지와 결심이 없이는 제대로 지켜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혼돈의 중심을 바로 잡지 못하면 그러한 현상과 시행착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질만능의 시대, 황금만능주의시대가 우리시대의 삶을 대변하듯이 돈이 있으면 행복하고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그렇듯이 돈은 우리의 삶 속에 너무 깊이 들어와서 우리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움켜쥐고 이리 왈, 저리 왈 하면서 절대적 권한과 억압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돈의 가치와 그 위력은 이 현대문명사회에선 무소불위의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이다. 때문에 인간의 죽음도 돈이 없으면 신도 사람을 못 살린다. 이제는 그 돈이 있어야 신을 존재케 하고 기적도 일어난다. 돈이 없으면 곧 신도 무의미하다. 이것이 지금 현대사회의 문명이요, 먼 미래 인류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불행과 죽음 앞에서 혼인서약은 혼인서약일 뿐이고, 맹세는 맹세일 뿐이다. 맹세를 하고, 혼인신고도 하고, 도장도 멋지게 찍었으니 그 어떠한 고난과 불행이 온다 해도 그 맹세를 지키겠노라고 우리가 결코 단언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그 약속의 책임을 방임하거나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거문고와 비파의 화음을 만들어보자.
신용산신문
'신용산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운묵의 벌가벌가] 명필가는 붓을 탓하지 않는다 (0) | 2016.07.06 |
---|---|
[이운묵의 벌가벌가] 가정에서 피어나는 꽃은 사랑의 향기 (0) | 2016.06.28 |
이운묵의 벌가벌가-지나침도 문제지만 못 미침도 문제이다 (0) | 2016.06.13 |
이운묵의 벌가벌가-지나침은 오히려 못 미침만 못하다 (0) | 2016.06.10 |
[이운묵의 벌가벌가] 곡격견마의 예절이 문화인의 사회성을 높인다. (0) | 201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