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의식과 죽은 의식
논설위원 이운묵
의식(意識)이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이다. 이런 의식은 삶이나 역사와 같은 대상에 대한 올바르고 제대로 된 인식이나 판단을 둔 정신체계이다. 그런데 요즘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청년실업수당지급에 대한 문제를 놓고 볼썽사나운 싸움질이다. 바로 그 꼴이 민망스럽고 점입가경이다. 나라에 품격이 추락하고 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에 싸움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싸움에도 정도와 품격이 있다. 동네 개구쟁이아이들이 싸우는 모습과, 동네 청소년들이 싸우는 모습과, 동네 어르신들이 싸우는 모습은 달라야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싸워서는 곤란하다. 어떤 싸움이든지 싸움의 원인과 목적은 같다. 목적이 다르고 의견이 불일치할 때 갈등과 충돌은 생긴다.
서울시가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년수당’을 기습적으로 지급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19~29세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매달 50만 원씩의 현금을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을 위한 문제를 놓고 막장 드라마 같은 싸움질 꼴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청년들과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의식(意識)이란? 깨어 있는 정신 상태이다.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올바르게 인식하는 작용이다. 그런데 의식은 있되 올바르게 깨어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라면 그것은 ‘산 의식이 아니라 식물의식 혹은 죽은 의식’이다.
우선 이 싸움에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서울시의 주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권 침해’를 했다는 것이고,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소하면서 앞으로의 법리적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법리적 해석이 어떻고, 어떤 판결이 나오든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청년들에 의식이다. 전문가들이나 사회일각에서는 청년수당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과 반발도 크다. 취업준비생들은 6개월 동안 나오는 돈을 가지고 뭘 얼마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냐고 불만이다. 또 청년수당 대상자 선정기준도 매우 애매하다는 평이다.
항간에 흔히 하는 말로 ‘정부 돈은 눈먼 돈이다.’라는 말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하는 사업에 늘 그랬듯이 얼마나 온갖 편법과 비리가 있으면 생겨난 말일까? 또 형평성과 공정성도 문제다.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들에 몫이다. 그런데 쓸데없이 행정력 낭비를 하고 싸움질만 한다. 그걸 보면 아직 우리에겐 선진국민의 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역시 우리에겐 ‘과도복지’를 감당할 역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과도복지를 조급하게 만들어 더 큰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에 정책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정책이라는 것도 권력과 정치에 의해서 생겨나는 다분히 정치적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 청년들에 산 의식을 보고 싶다. “남들 다 받는 청년실업수당이지만 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할 청년은 없는가? 대한민국의 ‘노령연금수당 지급’에도 “남들 다 받는 노령연금이지만 난 필요 없다.”고 선언할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르신들은 없으신가? 또 ‘어린이 보육지원’에도 “우리 아이는 정부 보육지원 받지 않고 잘 키우겠다.”고 선언할 우리 부모들은 없는가? 그렇게 해서 실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산 의식’을 보여줄 선진 국민, 선진 의식, 산 의식의 진정한 주인공은 없는 것인가? 이제 정부가 감당해야할 사회복지세원에도 점점 허리가 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 국민들의 산 의식이 아쉽다.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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