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alone)의 문화, 빛과 어둠
요즘 혼자(alone)의 문화가 점점 더 깊고 넓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름 하여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창(혼자 노래방가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캠(혼자 캠핑 가기), 혼행(혼자 여행가기) 등등 이런 문화는 TV를 통해서도 ‘나 혼자 산다’, ‘조용한 식사’, ‘혼술남녀’ 등과 같은 나 홀로 삶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듯 출판계와 서점가도 혼자를 소재로 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등 많은 책들이 혼자(獨)의 열풍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혼족들과 관련한 아이디어 상품도 봇물을 이룬다. 혼족들에 경향과 습성에 맞춰진 다양한 먹거리를 비롯해서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분야까지 이 같은 흐름은 현대사회를 더욱 선명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낯가림과 사회부적응의 대명사로 꼽혔던 혼자 문화는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문화 확산 등으로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혼자’의 느낌과 이미지는 너무 고독하고 외롭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주관적이고, 편향적 시각에서 오는 느낌이다. 그들은 절대 고독하고 외롭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명제의 정의를 새롭게 인식해야할 때이다.
이런 ‘혼자문화’가 시사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분명 빛과 어둠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빛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절반의 빛이 있다면 절반의 어둠도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이 ‘빛’이라면 이 빛은 과도한 인간관계의 또 다른 어둠이기도 하다. 이 어둠은 ‘과도한 빛’의 불균형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균형을 잡으려는 ‘중심(中心)잡기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환경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것을 이용하려 하기도 하며,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위대한 사회적 존재이다. 21세기 현대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문명과 사회는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혼자문화’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질적인 것보다 양적 팽창의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데 기인한 새로운 문화적 변화이다.
각종 정보기술(IT)과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영향아래 묶인 현대인들. 이제 스스로 벗어나 도피해 쉴 수 있는 곳이 없다. 타인과의 관계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로 얻는 기쁨도 크지만 관계의 수가 늘어날수록 부담과 긴장된 갈등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모든 사회적 관계는 보상과 비용을 함께 동반하게 한다.
그래서 이에 지친 문명사회의 현대인들이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자원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해서라도 타인과의 불필요한 관계에서 소진된 자신의 진면목을 찾아보려는 사색의 시간이다. 잃었던 자신을 되찾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자신이 추구하던 삶의 길을 찾는 것이 또한 궁극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요즘 최소한의 물품만으로 산다는 미니멀 라이프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겉치레와 표피를 과감히 걷어내고 삶에서 중요한 소소한 몇 명의 사람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고 우리 한번 자기 멋대로 살아봅시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서 내가 주인으로 살 때 느끼는 자족감을 누려보자.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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