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大器晩成)-➋
행자상지 위자상성(行者常至 爲者常成)
옛 말씀에 ‘행자상지 위자상성(行者常至 爲者常成)’이라 했다. ‘멈추지 않고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늘 다다르는 곳이 있고,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늘 이루어짐이 있다.’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노력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그것이 쉬운 일이라면 누구나 묵묵히 노력해서 대기만성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엔 많은 난관과 유혹 또는 함정이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이겨내려면 자기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려면 지혜로움과, 지략과,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체력과 인내의 안배다. 자기에게 맞는 체력소모의 균형과 조화로써 중심을 잃지 말아야한다. 아무리 무쇠 같은 체력일지라도 결코 죽지 않는 무적의 시간과 대적하려면 욱하는 감정과 솟구치는 조급함을 버리고 시간처럼 자기 페이스를 찾아 천천히, 천천히 가야만 오래오래 갈 수 있다. 그 지루한 시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동행하는 자만이 자신의 노력에 결과로서 ‘대기만성’할 수가 있다.
삼국시대 때 위(魏)나라에 최염(崔琰)이라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풍채가 좋고 기품이 있어서 무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사촌동생 최림(崔林)은 외모가 변변치 못해 출세도 하지 못하고 친척들에게도 매우 업신여김을 받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최염은 사촌동생 최림의 뛰어난 재능과 됨됨이를 알아보고 그를 아끼며 도와주었다. 그는 늘 최림에게 인내를 북돋아주었고 용기와 희망의 찬사를 보내며 “커다란 종이나 가마솥은 쉽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조언하고 “큰 인물도 그와 마찬가지로 너도 그처럼 대기만성 할 수 있는 형이야. 언젠가는 꼭 큰 인물이 될 것이네.”라고 말해 주었다.
마침내 최림은 뒷날에 천자(天子)를 보필하는 삼공(三公)의 자리에 올랐다. 최염의 훌륭한 격려와 조언이 마침내 최림이 대기만성 하는데 일조를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인의 끈기 있고 묵묵한 인내와 노력이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서양속담을 살펴보자. “늦게 익는 과일이 오래 견딘다.(Late fruits keep well.”,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 “천천히 끊임없이 가는 자가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숲은 한 계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A forest is not made in a season.)”라고 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시간의 흐름과 그 과정에서 때가 되어 시중이 발현 될 수 있는 기다림에 대한 말들이다.
우리의 삶에서 시간을 빼어버릴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 시간과 더불어 하지 않는 생명이 있는가? 즉, 시간 속에 내가 있고 나의 가슴 속에 심장이 시간과 함께 뛰고 있다. 그러한 시간과 내가 진정 하나를 이루지 못하면 삶의 수레바퀴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늦게 익는 과일은 아무도 건드리지를 않는다. 때를 기다려야 맛이 들고 잘 익어간다. 과일이 크고 당도를 높이려면 하루해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무르익어가는 동안에는 비바람 태풍에도 손 놓지 않고 인내를 갖고 끝가지 나뭇가지를 붙들고 오래오래 매달려 있어야한다. 그래야 훌륭한 열매로 익어갈 수가 있다.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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