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
신용이 없으면 곧 죽는 세상이다-➋
현대사회에서 약속 불이행은 어쩔 수 없어서 못 지키는 경우보다도 약삭빠른 이해타산의 결과로 나타날 때가 더 많다. 이것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남녀 애정과 사랑처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고, 우정의 관계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약속만이 약속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 에고이즘이 팽배한 우리사회현실에도 문제가 있다. 때문에 우린 한쪽만을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좌우를 봄으로써 그 문제의 중심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중용’의 인문학적 가치의 정신이다.
미생의 행동이 옳았느냐 옳지 않았느냐는 답이 아니다. 백색이었느냐 흑색이었느냐 주장하는 것은 마치 무의미한 이분법적 논리와 같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앞면과 뒷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위아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색깔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흑백 밖에 구별 못하고 다양한 색을 볼 수 없다면 우린 색맹의 눈과 마음으로 색맹의 시대를 사는 아주 불행한 처지가 된다. 또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맛도 그렇다. 단맛과 쓴맛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다양한 음식의 맛을 느끼며 맛을 즐기는 문화이다.
인류사회의 미래란? ‘끝없는 변화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미소가 없다는 것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소통을 못하는 것이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숨이 막히고 질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몸과 같은 세상은 서서히 온기를 잃고 사경을 헤매는 꼴이 될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겐 불완전 요소가 너무 많다. 그 어떤 제도와 규율로도 통제되지 않는 것이 우리 인간의 ‘마음’이다. 그 마음속에 소위 불가에서 말하는 삼라만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을 잘 다스리면 지혜로운 마음이요, 잘못 다스리면 어리석음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서양속담이다. ‘어리석음은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Folly grows without watering.)’, ‘어리석음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병이다.(Folly is the most incurable of diseases.)’, ‘신용은 황금보다 더 낫다.(Credit is better than gold.)’, ‘신용을 잃은 자는 세상에서 죽은 자다.(He that has lost his credit is dead to the world.)’ 이 세상은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랄 만큼 어리석음의 늪과 덧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이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지구촌 어디를 가나 똑같다.
중용 제13장에 말씀이다. ‘언고행, 행고언. 군자호불조조이!(言顧行, 行顧言. 君子胡不慥慥爾!)’이라 했다. 이 말씀은 ‘말을 할 때는 그 말을 실천할 수 있는가를 되돌아보고, 행동을 할 때는 그것이 나의 말과 일치하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군자라면 어찌 이를 독실하게 행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말씀이다. 현대 사회생활에서 말과 행동은 곧 약속이고, 신용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 세상인가? 마치 신용은 영악스럽지 못하고, 바보스럽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진 사회이다. 그래서 신의나 신용을 점점 경시하는 풍조가 난무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한편에선 신용이 없으면 곧 죽는 세상이다. 우리의 모든 일상이 신용으로 통하고 신용으로 결론 나는 세상이다. 신용이 없으면 카드도 만들 수가 없다.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신용이나 신의를 목숨과 같이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공직의 도리를 다하는 것도 국민과 나라에 대한 약속이다. 결국은 어리석은 자만이 신용이나 신의를 저버리게 된다. 어리석은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어지럽게 된다. 미생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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