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➊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자연을 노래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은일·전원시인 또는 자연파 시인으로 당대 크게 추앙을 받았다. 특히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의의 선비이고, 권력자에 저항하는 경골(硬骨)한 인간이라는 평가였다. 이렇게 도연명은 당나라 이후 육조(六朝) 최고의 시인으로 불렸다. 시 이외의 작품엔 <오류선 생전>, <도화원기> 같은 산문작품이 있다.
그는 젊어서 면학에 전념했고 입신의 포부를 가졌으나 29세경 비로소 주(州)의 관리가 되었다. 그 후 13년간 지방관하에 있었으나 입신의 뜻을 크게 이루지 못했다. 그 후 팽택령(彭澤令)을 80일간 근무한 후 향리로 돌아갔을 때 도연명이 “내 5두미(斗米)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고 한 말은 현(縣)을 시찰하러 온 군의 관리에게 현령의 자리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명대사이다. 그때 전원으로 돌아갈 심경과 고백을 말한 작품이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도연명은 문장도 뛰어났으며 이상의 세계를 그린 <도화원경>이 잘 알려진 작품이다. 도연명은 풍류의 정신과 감성으로 술도 좋아했으며 국화를 사랑하는 온화한 성격의 서정 시인이다. 특히 그의 작품세계는 쉬운 말로 시를 쓴 것이 특징이며, 유교와 노장 사상을 흡수 혼합하여 인생의 진실성을 추구한 시인이다.
그의 작품 중에 ‘세월부대인’이란 명시이다.
人生無根蔕(인생무근체)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盛年不重來(성년불중래)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어
표류하는 것이 길 위에 먼지와 같네.
나뉘고 흩어져 바람 따라 옮겨 다니니
이것은 이미 항상 있는 몸이 아니로세.
땅에 떨어져 형제가 되었는데
어찌 반드시 혈육만을 사랑할까?
기쁨을 얻는 것은 마땅히 즐거운 일이지만
한 말 술로 이웃과 함께하는 기쁨에 견줄 바인가
젊음은 또 다시 오지 아니하고
하루 해 다시 뜨긴 어렵다네.
시간 있을 때 마땅히 힘써 노력하는 것은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지
도연명은 허망한 시간의 흐름과 속세의 근심을 시로 달랬다. 그러나 훗날 이 시가 많은 젊은이들에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를 하라는 말로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가 되었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에게 크게 존경받는 시인이 되었다.
시간을 중시한 사상엔 공자의 말씀 중《중용》제2장 시중(時中)의 말씀이 있다. 시중은 적시적합의 의미로서 ‘가장 알맞은 때에 알맞게’라는 의미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잘 알려진 카르페디엠은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가르친 유명한 경구다. 이 말은 ‘오늘을 즐기라’라고 인용되고 있다. 라틴어 카르페(Carpe)는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라는 의미이고, 디엠(diem)은 ‘날’을 의미한 말로서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 시의 한 구절이고 흔히 ‘오늘을 즐기라’고 인용되고 있다.
이처럼 동양에 도연명 시인이 있었다면, 서양엔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있었다.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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