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문이 있다
시인 임희자
열고 싶은 문이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문이기도 하다.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빛의 문이다 그 곳은 빛이 늘 새벽처럼 꿈틀 거린다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며 숨을 고른다 잠금과 열림은 그 무게의 전부가 되어 갈증은 덫에 걸린 짐승처럼 목마르다 줄을 내리고 줄을 당긴다 깊은 우물 안 바람소리가 문밖을 따라 나와 길을 연다 늘 망설였던 머릿속은 수습되지 못한 채 많은 계절을 건너갔다 빛은 문이 있어 열고 닫힌다
빛은 전자기파의 하나이다. 가시광선을 뜻하며 넓게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포함한다. 빛의 파장은 0.4~0.75㎛이다. 사람의 눈에 빛의 감각을 일으키는 것이 가시광선이다. 사물의 식별이 가능한 것은 빛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빛은 태양이나 전등과 같이 물체가 높은 온도의 열을 낼 때 나온다. 수은등이나 네온사인과 같이 기체 중에서 방전이 일어나서 나오는 것이 형광등의 형광이고 야광 도료와 같이 인광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 빛은 직진 · 반사 · 굴절의 세 가지 특성이 있다.
빛은 살아 있는 자연만물 가운데서 가장 필요한 존재 중 하나이다. 빛이 없는 지구를 상상해보았는가? 빛이 있어 생명을 가진 수많은 생물이 양육된다. 따라서 해와 빛은 모든 자연만물의 삶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빛의 상징성은 아름답고 좋은 모든 것을 뜻한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부정에서 긍정을 상징한다. 종교적 신념이나 구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빛은 지혜를 가리키기도 하고, 새 생명의 탄생이기도 하다. 이처럼 빛은 우리 인류의 정신문명에도 엄청난 자양분을 불어넣어주는 에너지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빛이 차단된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 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그 어떤 빛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문, 그 문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빛이던, 나가는 빛이던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문이 항상 열리는 문이 아니다.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시인의 평온한 마음에 노도처럼 일렁인다. ‘잠김과 열림’은 그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하고 삶의 전부가 되어 ‘갈증은 덫에 걸린 짐승처럼 목마르다’ 때문에 시인은 남모르는 고뇌의 줄을 내리고, 당김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시인의 시간은 열정과 인내심에 감복하여 드디어 무릎을 꿇는다. 우물 안 깊고 깊은 곳에 견고하게 묶어 두었던 바람의 소리로 문밖을 따라 나와 길을 열어주니 눈부신 세상이 시인의 가슴에 덥석 안긴다. 그렇게 미래를 향한 시인의 문은 열리고 그 문으로 온갖 빛이 들고난다. 그것이 바로 시인이 갈구하는 희망찬 세상이 아니겠는가?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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