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묵의 칼럼

[이운묵의 문화칼럼]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

오얏나무 위 잔잔한 구름 2018. 10. 30. 15:55

[이운묵의 문화칼럼]
신용산신문 주간 제820호 2018년 10월 25일(목) ~ 10월 31일(수)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


이 가을에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가을에 의미 있는 무엇을 하고 싶다면 어떤 게 좋을까? 취미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별다른 취미가 없다면 생각은 더욱 많아진다. 여행이 꼭 누구랑 함께 가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서로 생각을 나누거나 공유해서 좋다. 하지만 혼자 가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그것은 오로지 자기만의 시간이고 자기만의 생각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행은 혼자 가든, 함께 가든 갈 수 있다면 여행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생각의 바다에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사유의 유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들은 오롯이 자기의 삶에 또 다른 에너지로 충전되어 생기 넘치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런 활력은 지친 영혼에 또 다른 행복감을 갖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문제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이런저런 이유로 있는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생각과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있는데 앞도 안 보이고, 내일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큰 마음먹고 ‘자서전(自敍傳)’을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자서전 하니까 왠지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서전은 쉽게 말해서 ‘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직접 적은 기록’이다. 그러니까 우린 앞만 보고 달려가고, 달려오느라 정작 자신이 어떻게 어떤 길을 어떻게 달려왔는지 우린 쉽게 기억을 못 한다. 아니다 잊어버렸다. 잊고 싶어서 잊은 것도 있고, 기억하기 싫어서 잊은 것도 있다. 또 진지해지거나 불편한 진실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우린 이제 냉정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조금 심각하게 진지해질 필요도 있다. 먼저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하나 해보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라고 말이다. 그러면 어떤 답이 나올까? 물론 답이 쉽게 나오는 사람도 있고, 쉽게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쉽게 나온다고 정답이고, 어렵게 나온다고 오답도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답이 타인의 답이 될 수 없고, 타인의 답이 나의 답이 될 수도 없음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는 수십 년의 직장생활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일 수 있고, 다른 한편엔 비교적 즐거운 생활이었으나 이 직장을 떠나고 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어쩌면 오랜 기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보지 못해 쉽게 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어보면 어떨까. 망설여진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아내는 방법 중에 먼저 자신의 과거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 방법은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 있는 내용이다. 첫째, 자기의 역사 연대표를 만들어 본다. 둘째, 자신의 삶에 에피소드 연표를 만든다. 셋째,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을 만든다. 넷째, 자신의 역사 쓰기가 끝나면 반드시 후기를 쓴다.

자서전은 변화와 연속의 시간성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삶을 소재로 쓰는 이야기이다. 분량에 어떠한 제약도 없다. 이야기의 방식에도 별다른 기준이 없고 자유롭다. 하지만 삶에 대한 솔직한 서술은 자서전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이다. 이렇게 자신의 과거를 깊이 있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피고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와 역사로 연결된다. 그러면 자신의 좌표가 설정되고 앞을 바라볼 수 있다. 꼭 여행만이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보게 하는 안목이 아니다. 이 가을에 자서전은 반드시 내일의 행복으로 열매 맺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