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묵의 칼럼]
신용산신문 주간 제828호 2018년 12월 27일(목) ~ 2019년 1월 2(수)
삶에도, 사랑에도 체온조절이 필요하다
연말연시 이때쯤이면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주요 곳곳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온도계이다. 이 온도계는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돕는 온정의 손길을 재는 온도계이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이 온도계가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올겨울 행여 살 에이는 혹독한 엄동설한일지라도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남녀가 이성적 사랑을 만난다면 더없이 좋은 만남의 계절이다. 이런 사랑은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아무 상관이 없다. 오뉴월 이글거리는 태양빛에서도 무덥지 않고, 비바람 태풍 몰아치는 거친 날에도 즐겁고, 기쁘다. 사랑은 그 어떤 고난과 슬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는 신비의 마력이 있다. 사랑은 이처럼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좋은 명약 중에 최고의 명약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에 오히려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렸다면 이보다 더 춥고 서글픈 일은 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꽃피는 춘삼월도 한겨울이다. 뜨거운 한여름 밤도 가슴 시리다. 한 마디로 밥맛과 살맛이 없는 우울한 일상이다. 그렇다면 안전하고 지속적인 대인관계뿐 아니라 이성 관계에서도 비상이 걸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려면 자신의 열정을 관리하는 체온조절이 필요하다.
체온조절이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주 쾌적한 알맞은 평형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가장 알맞은 상태는 인간관계의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이다. 이 균형점으로 심장의 중심을 잘 다스리면 이 균형점에서 매력이라는 신뢰의 향기가 꽃처럼 피어난다. 그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의 매력으로 피어나는 꽃들은 어떤 꽃일까?
이런 꽃들은 그냥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잘 살피고 세심한 관찰을 할 때에 비로소 보인다. 먼저 잘 살피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마음과 의식이 중요하다. 이 마음과 의식이 중심(中心=가장 참된 마음)이다. 중심의 위치라는 것은 어느 좌우에 편향된 의식이나 편견 그리고 불균형이 배제된 마음과 감정 의식의 상태이다. 즉 사물을 바라볼 때에 좌우 또는 상하가 아닌 가장 바르게 볼 수 있는 정견(正見)의 위치이다. 즉 내가 바른 자세에서 바르게 볼 때 비로소 사물이 바르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가장 쾌적한 중심에서 상대 이성의 체온이 낮으면 나의 체온을 높여 쾌적한 평균 체온을 만들고, 상대 이성의 체온이 높으면 나의 체온을 조금 낮춰 역시 쾌적한 평균체온을 유지함으로써 가장 안정적인 감정교류의 상태를 만든다. 이것은 이성 간 느낄 수 있는 감정 기복의 상태를 가장 완만하게 조절하는 감정조율장치이다. 이성 관계는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차츰차츰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너무 지나친 열정적 관계는 냄비처럼 쉽게 식을 확률이 높다. 그런 관계의 원인을 보면 일방적이거나 열정적으로 관계를 점화시킨 자기애(narcissism)의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건강한 이성관계의 체온은 반드시 나 자신의 감정 틀 안에서 알맞은 체온관리가 필요하다. 매력적인 이성이 내게 잠시 베푼 감정에 아무 생각 없이 매달리고 집착했다가는 기초 없는 사상누각처럼 사소한 감정의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건강한 관계는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세운 기둥 위에 합리적인 지붕을 만들어 얹는 작업이다. 상대의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각자의 체온을 상대의 쾌적한 온도로 맞춰가는 노력이 절대적이다.
지금은 춥고 쓸쓸한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청춘남녀가 사랑을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2030세대가 행복하고 신나야 미래가 있다. 적절한 체온관리와 난방법으로 새해 기해년을 맞이했으면 더 없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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