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인물을 작은 일에 쓰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➋
우도할계(牛刀割鷄)
우도할계(牛刀割鷄)는 본래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이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遊)가 노(魯)나라 무성(武城)이란 고을에 관리가 되어 무성을 다스릴 때이다. 스승 공자에게서 배운 대로 예악(禮樂)으로 백성들을 교화하는 데 힘을 썼다. 그런데 어느 날 공자가 자유를 찾아 무성에 갔다.
그때 마을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자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라고 하니 자유가 대답했다. “이전에 스승께서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하니 공자가 “허허허” 웃으시며 말했다. “제자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내가 앞에 한 말은 농담이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에 나온다. 자유는 스승님의 말씀이 예악과 같은 큰 도를 왜? 조그만 고을을 다스리는 데 사용 하냐고 지적하는 것으로 오해했다. 자유는 스승님께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여 그 고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동일하게 교화를 입을 수 있도록 예악으로 다스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눈치 챈 공자는 설명 대신 자기 말이 농담이었다고 말하고 말았다. 그것은 아마 자유가 공자의 참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정색을 했기 때문이다. 공자의 생각은 “네가 사용한 예악이 아니라, 너를 사용한 이 노나라를 두고 한 말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처럼 ‘할계언용우도’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하여 작은 일에 큰 대책을 쓰거나, 능력이 큰 사람을 작은 일에 쓰는 것을 비유적으로 쓰이게 된 말이었다. 일을 함에 있어 먼저 소를 잡을 것인지, 닭을 잡을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칼도 그 대상에 적합한 칼을 써야 한다. 그래야 힘의 낭비와 국력의 소진도 최소화할 수 있고 그 오류에 대한 파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용 제2장에 보면 ‘군자지중용야, 군자이시중(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이라 했다. 이는 군자가 중용의 도리를 잘 실천할 수 있는 까닭은 적시(適時)에 적합(適合)한 행위를 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즉, 첫째는 알맞은 때에 알맞은 선택을 하고,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게 그 타이밍을 절묘하게 잘 맞추는 일이다. 둘째는 그 알맞은 때에 맞춰서 알맞은 행위의 실천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이처럼 그 개개의 상황이 있는 것이고 그 상황과 여건에 맞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며, 그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게 그 행위의 강약을 조절하여 실행하는 것을 ‘시중’이라고 한다.
비단 이와 같은 것은 군자만이 행할 수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얼마든지 실천이 가능한 것이다. 조금만 신중하고 경솔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지혜롭게 실천이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된다.
이처럼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먼저 소를 잡을 것인지, 닭을 잡을 것인지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법으로 알맞게 행동하여야 한다. 만일 이때에 닭을 잡겠다고 하면서 소 잡는 칼을 손에 든다면 알맞은 방법과 알맞은 행동이 될 수 없지 않는가? 이것이 마땅히 행해져야할 일임에도 이것을 그르치는 사람은 매우 어리석은 우자가 되고 만다.
이처럼 무슨 일이든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결과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자연스러움(중용)의 꽃이 우리의 현실에서 아름답게 피어날 때 우리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린 그런 기본원칙을 중시하는 마음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중용의 ‘균형과 조화’의 참뜻이라 할 수 있다.
신용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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