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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철부지 자식’ 양산하는 부모
이운묵 시인 문화평론가
에너지경제ekn@ekn.kr 2016.01.26 17:43:07
▲이운묵 시인 문화평론가
[아침햇살] ‘철부지 자식’ 양산하는 부모
요즘 한국사회를 우울하게 하는 유행어는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말고 또 있다. 결혼시장에선 ‘대리 맞선, 대리 짝짓기’ 취업시장에선 ‘대리 채용설명회, 대리 상담’과 같은 역할에 부모들이 무척이나 바쁘다. 이유야 많지만 부모들이 두 팔 걷어 부치고 나선 잘못된 원인엔 지나친 자식 사랑과 지나친 자신의 꿈 그리고 지나친 과보호의 강박관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자녀 스스로의 독립성 보다는 내 품에 자식이 떠날까 두려워하는 부모들의 잠재의식이 마냥 나약한 ‘철부지 자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철부지란 무엇인가? 그 사전적 의미는 첫째, 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 둘째로 사리분별과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말한다. 예컨대 "동생은 아직 철부지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만 있다"와 같은 의미로 ‘사리 분별을 모르는 어린아이’ 또는 성인이지만 ‘사리 분별과 지각이 부족하여 제멋대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말이다.
이 같은 철부지의 본뜻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가리키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뜻의 한자 ‘부지(不知)’가 합쳐진 말이다. 철(哲=밝을 철)은 ‘밝다, 총명하다, 도리나 사리에 밝다,’와 같은 뜻이다. 동양권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중용 제2장을 보면 ‘소인지반중용야, 소인이무기탄야(小人之反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라는 글이 있다. 이 문장은 ‘소인이 중용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일을 함에 사리분별과 거리낌 없이 철부지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는 뜩을 담고 있다.
일본에 정신과 전문의 가타다 다마미는 일본 성인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성장 거부’ 현상을 철부지 사회로 진단했다. "참을성과 저항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킨다, 정신적으로 조금만 힘들면 쉽게 약에 의지한다." 이런 것들이 일본 사회의 대표적인 성장 거부 증상들로 꼽았다. 그럼 이런 사회적 증상과 현상이 한국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사회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만연하고 있는 ‘철부지 사회’는 고도성장시대의 종말이 초래한 결과다. 그러니까 좀 더 잘 자라서 성숙한 생각이나 의식이 제자리를 바르게 잡아야 하는데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어린애의 미성숙함이다. 어린애는 그렇다 치고, 어린애가 아닌 어른이 어른애마냥 행동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그것은 미성숙과 불완전을 동반하는 의식으로 천방지축이나, 안하무인 같은 무분별한 행동과 소인의 무개념(無槪念)적 의식상태이다.
인간세계에는 성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락한 사람도 있다. 음식도 매 한가지다. 음식으로 치면 상했거나 맛 상실이다. 썩은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사람도 타락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도 불행하게 한다.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음식으로 치면 잘 발효시킨 숙성된 김치 같은 맛이 나는 음식이다.
사람이 성숙해지려면 무, 배추가 소금에 절여질 때처럼 고통과 아픔에 시련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에 노력과 선행이다. 철부지에서 사리분별이 있고 지각이 있는 의식체가 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중심을 잡는 균형감이다.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철부지 의식을 멀리 추방시켜야 한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미성숙과 불완전 상태에서 다양한 현상을 경험하고 획득해 가는 과정이다. 철부지의 유아적 정서의 늪에서 탈출하여 중심을 잡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무한한 세상 밖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자식들이 자랑스러운 현대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부모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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