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묵의 울림들림 시 리뷰]
신용산신문 주간 제826호 2018년 12월 13일(목) ~ 12월 19(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Aleksandr Sergeevich Pushkin*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아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요즘 특별히 이 시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이 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다소 일상의 고달픔 속에서 일어나는 번민과 괴로움에 작은 위안이 되기 때문이 다. 그렇다. 문명은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한 빛은 아니다. 왜 이 시대를 사는 문명사회의 현대인들에게는 산다는 게 왜 이리도 힘들고 버거운가? 젊음은 젊음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팍팍하고 황량한 현실에 마음 둘 곳 하나 제대로 찾기 힘든 현실이다.
과거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힘든 일도 구슬 같은 땀 흘리며 참고 견디며 힘든 하루하루의 고달픔을 달랬다. 그리고 기쁨의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래서 힘이 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왜? 희망을 가져다 줄 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들 또는 미래의 주역인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희망과 미래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우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보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드리운 짙은 황사와 먹구름이 미래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시대적 과제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그리고 사회 불평등과 차별 같은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불균형과 악영향을 초래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우리는 푸시킨의 이 짧은 시에서 인생의 희로애락과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관조하게 된다. 또 이 시를 통해서 인간의 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근원적 고독에 대해 성찰한다. 이 시의 화자는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게 되고, 누구나 미래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현재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에 절망과 불행, 기쁨과 행복은 늘 함께 하는 것이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지나고 나면 다 그리움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모든 것이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리리시즘 적 시어와 낭만적인 메타포를 통해 아련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21세기 현대인들의 삶은 과연 진실한가? 아니다. 어쩜 내일도 오늘처럼 속절없이 속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잠시 푸시킨의 시로써 위로와 위안을 받았지만 지나고 나면 자신에게 속고, 타인에게 속고, 오늘에 속고, 내일에 속고, 미래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항상 모든 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또 죽을 일도 아니다. 때문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아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속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1799~1837)은 아마도 러시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이 아닌가 싶다. 그는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이다. 그의 문학작품은 모든 예술사조(ism)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예술사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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